사진 속의 치즈는 외모에서 느껴지듯 꼬랑꼬랑한 냄새가 굉장한 치즈로 이름은 époisses에푸아세(에프아세...에쁘와쎄..원하시는대로 발음...)라는 녀석인데 원산지는 프랑스의 부르고뉴 지방이다.
그런데 프랑스의 부르고뉴 지방 하면 우리가 떠올리는 와인은 그 우아하고 섬세하기 그지 없는 Pinot Noir피노 누아와 Chardonnay샤르도네이, 그 외의 것을 생각해도 Aligoté알리고테나 Gamany가메이 정도다. 아니 이런 와인이 저런 꼬랑한 치즈랑 어울릴까?
이 치즈를 보기만 하다가 처음 먹어본 것은 뉴욕의 한 치즈 가게로 굉장히 유명한 곳이라 외국인 관광객들도 필수 코스처럼 견학을 오는 그런 곳이다. 그곳 사람들과 어떻게 알게 돼 한 번 놀러 갔다가 "나는 부르고뉴 피노를 좋아하는데 치즈 추천좀 해 줘"라고 했더니 바로 꺼내오는 것이 "으아악...나왔다 에푸아세"
시식을 해봤다. 뭐 맛은 있는데 이렇게 먹고난 후에는 이빨을 닦아도 키스는 꿈도 못꿀 꼬랑꼬랑한 것이 그런 와인과 어울린단 말인가... 못 믿겠다고 하니까 "속는 셈 치고 사가 봐라"란다.
그래서 속는 셈 치고 사갖고 와 봤는데 부르고뉴 와인 몇 가지와 함께 먹어본 결론은 아. 속았구나. 속는 셈 친 게 아니라 그냥 속았어. 치즈의 맛이 너무 강해 그 어떤 부르고뉴 와인도 어울리지가 않았다. 이 정도 강한 맛이면 차라리 브랜디인 Fine de Bourgogne핀 드 부르고뉴가 어울릴까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이것보단 견과류 향이 강한 치즈가 더 잘 어울릴 것 같았다.
음식과 와인을 페어링하는 가장 단순한 법칙이 같은 지역의 와인과 같은 지역의 음식을 페어링하는 것인데 가끔은 예외도 있다. 개인적으로 époisses에푸아세 치즈랑 마시기에는 보르도 소테른 지역의 달달한 와인들이 더 좋은 것 같다. 보트리티스균에서 나오는 오묘한 쿰쿰한 향과 와인의 단 맛이 이 치즈의 꼬랑하지만 고소하면서도 짭짤한 맛을 잘 보듬어 줄 것 같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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